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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색깔로 탐색하는 문학의 장-
모색 김성호 - 미래 설계 - 우리는 집을 짓고 그 안엔 사람이 살고
[문장서포터즈] 미래 설계 - 우리는 집을 짓고 그 안엔 사람이 살고 - 《문장웹진》 다시 읽기 문장 서포터즈 2기 김성호 설계를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만들거나 짓기 위해서다. 2024년, 작년에 기획 연속좌담으로 진행되었던 ‘창작, 노동: 4차〈대학(원)생 작가들의 미래 설계〉’를 다시 읽자는 취지에서 특별한 형태랄 것 없는 이 ‘대화’가 이루어졌다. 대화는 1년 반 전의 좌담에서 이루어졌던 미래 설계를 돌아보고, 2025년 대학생 작가의 현재는 어떠한지 톺아 보려는 데 목적이 있다. 설계를 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지어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집’이라 명명하고, 그 집 안에 어떠한 사람이 살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2024년 《시와산문》 문예지 시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올해 여름 첫 시집 『네가 오렌지를 먹는 동안 나는 시집을 읽었다』(달아실 출판사)를 펴냈으며 현재 대학 재학 중인 임수민 시인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김성호(이하 김): 오늘 인터뷰일로부터 2학기 개강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해요. 작년 여름에 시인으로 등단하시고 나서 올해 여름 첫 시집을 펴내셨는데, 1년간 집필 활동에 학부 생활에 많이 바쁘셨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무얼 하고 계시나요? 임수민(이하 임): 첫 시집을 출간하고 나서 두 번째 시집을 바로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 시편 원고를 투고했는데, 좋은 기회로 계약이 되어서 준비하는 중입니다. 김: 오, 바로 두 번째 시집이라니. 활동이 왕성하시네요. 개강을 앞둔 소감은 어떠신가요? 개강을 앞둔 건 저도 마찬가지지만(웃음). 저와 같은 문예창작과이기도 하니까요. 임: 창작 수업이 많아서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있고,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어요. 학교생활과 집필 작업을 같이 잘 병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요. 성호 님은 방학 때 무얼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김: 저는 일단 종강날 교수님의 조언대로 전작주의자가 돼서 한 작가를 좀 깊게 파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빠지게 된 작가가 2018년 타계한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예요. 단편소설도 세 편 정도 썼습니다. 곧 신춘문예와 공모전 시즌이기도 하니까요. 그러고 보면 수민 님은 등단에 대한 압박에서 조금 벗어나 있으신 것 같아 부럽기도 해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다른 고충이 있을까요? 임: 등단을 했지만, 작은 곳에서 등단했기 때문에 작품 청탁이나 시집 출간, 홍보에 관련해 조금 어려움이 있어요. 예를 들어 ‘대학생’이라서 원고료를 제대로 못 받는다거나, 저를 알리는 데 많은 기회가 없다거나. 아까 한 작가를 팠다고 하셨는데, 어떤가요? 확실히 글쓰기에 도움이 되나요? 김: 한 작가에 빠져서 읽는다는 건 일종의 ‘사랑’의 형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랑의 대상이 작가든 작품이든 간에 느끼는 감정이 그렇
작성일 2025-10-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김소리 - 나만의 여름나기 일기
[문장서포터즈] 나만의 여름나기 일기 -《문장웹진》 다시 읽기 문장서포터즈 2기 김소리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을까요? 저의 첫 번째 《문장웹진》 작품 「도슨트는 문학이 될 수 있을까」 이후 두 번째로 인사드립니다. 김소리입니다.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어요. 이런 무더위 속에서 무기력한 기분이 들 때도 글을 쓰는 일만큼은 그만둘 수 없네요. 저는 글을 쓰는 일만큼 읽는 일을 좋아하는데요. 글을 ‘읽는다’는 것은 좁은 세계에서는 작가와, 넓은 세계에서는 비슷한 체험을 하고 있는 여러 타인과 소통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문학뿐만 아니라 에세이나 일기 등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쓴 글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를테면, 여름의 무더위 속 일상을 적은 글에서 우리는 작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동시에 이와 관련된 나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겠네요. 그리고 글을 읽은 뒤 타인과 감상을 공유하거나 비슷한 주제의 다른 글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하나의 경험이 더 넓은 세계로 확장되곤 합니다. 그러면서 나의 세계는 자전을 시작하지요. 그럼 우리는 글을 쓸 때 어떤 방식으로 읽게 할 수 있을까요? 나와 타인의 세계가 어우러져 짝이 맞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시작점은 어디서 기인할까요? 글도 하나의 콘텐츠고, 콘텐츠를 보여 주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요. 특히 요즘은 디지털 콘텐츠나 오프라인 이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 글을 읽는 방식도 풍부하게 확장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문장웹진》의 기획들도 이처럼 글을 다양하게 소비하기 위한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번 두 번째 기획에서는 이전 《문장웹진》의 기획 중 한 가지를 다시 읽고, 관련된 저의 경험을 기록하며 소통하는 방식으로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제가 다시 읽은 《문장웹진》은 강영숙 작가의 「인디언 썸머」인데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겨울에 쓰는 여름 이야기’를 읽고 저만의, 그리고 여러분만의 여름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디언 썸머’는 ‘겨울이 시작되기 직전인 10월 말~11월 중순경에 나타나는 고온 현상’을 의미해요. 여름은 덥죠. 무더위가 지속돼요. 저는 땀이 많은 사람이라 한여름 대낮에 길가를 걸을 때마다 무엇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지나온 여름을 돌이켜 보면 그저 ‘덥다’는 감상 말고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들 없이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사계절 중 여름이 가장 길다고들 하는데 우스운 이야기지요. 더워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은 여름이, 지나고 나서야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계절 감각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지요. 그중에서도 여름과 겨울은 봄과 가을에 비해 온도 차가 커서 ‘계절감’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작품에서 활용되고 있어요. 앞서 언
작성일 2025-10-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소희 - 궁금하니까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까 알고 싶은
[문장서포터즈] 궁금하니까 궁금하고, 알고 싶으니까 알고 싶은 - 《문장웹진》 다시 읽기, 나는 왜 자꾸 당신이 궁금한가 문장서포터즈 2기 박소희 책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이다. 그 문은 얇고 가볍지만 예상치 못할 만큼 깊고 넓은 세계를 품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우리는 많은 것들을 감각한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죽음이나 이별의 감정을 체험하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한 세계의 끝 혹은 다른 세계의 시작을 마주하는데 그곳에 이전과 같은 ‘나’는 없다. 세계 하나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은 온전히 각자가 경험하는 문학의 신비다. 거쳐온 세계 하나, 그 문학을 탐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책 한 가운데에 우뚝 서서 작품만을 탐구할 수도 있다. 책의 바깥에 서서 작가의 생애나 작품이 쓰여진 시대 상황, 다른 독자들을 데려와 연결지어서 탐구할 수도 있다. 어떻게 그 세계를 다시 파고들 것인지는 각자 다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세계를 직접 유영하다 온 ‘이전과는 달라진’ 이들은 앞서 말한 모든 것에 기꺼이 손을 뻗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연히 처음 초콜릿을 먹고 달콤함에 매료된 어린 아이가 그것과 비슷한 모양이나 색을 띄는 것들을 곧장 입으로 가져가듯이. 쉽게 말해 문학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은 독자는 곧 작품과 연관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진다. 이들은 아주 오래 전에도, 다가올 미래에도 늘 존재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도서관이나 지역 서점에서 열리는 북토크나 강연에 간다. 관련 전시나 축제가 있으면 작가나 작품의 발자취를 찾아 간다. 인터뷰 기사나 동영상 콘텐츠도 있다.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중 내가 선호하는 것은 인터뷰다. 정리되어 있는 글을 쉽고 빠르게 찾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에 창간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문장웹진 또한 세계와 독자를 잇는 기획을 여럿 진행해왔다. 여러 기획 중 내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연속 기획 공개인터뷰 ‘나는 왜’이다. ‘나는 왜’ 기획은 매달 독자 10명을 초대해 시인 혹은 소설가를 인터뷰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했다. ‘공개인터뷰’로 작가와 독자를 물리적으로 한 공간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새로웠다. 또 인터뷰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라면 자선 시를, 소설가라면 자선 소설을 함께 공개했다. 이는 인터뷰에서 이야기 나눈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시금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기존에 10회로 기획되었던 공개인터뷰는 2015년까지 이어져 이제니 시인을 마지막으로 15회까지 진행됐다. 기획의 이름인 ‘나는 왜’에서 ‘나’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칭했다. 작가마다 질문이나 주제를 갖고 인터뷰가 진행되었는데 가령 박준 시인의 질문은 “나는 왜 서정을 미인처럼 사랑하나”였다. 정세랑 소설가의
작성일 2025-10-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정란희 - 결국은 문학이었다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노작홍사용문학관) 결국은 문학이었다 노작홍사용문학관 정란희 작가 노작홍사용문학관의 상주작가로서 가게 된 영국 연수는 나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만들었다. 공항에서 일행들의 반짝이는 미소가 나를 맞아주었을 때부터 이 연수가 이상하고 진기한 체험이 될 거라는 예감이 번쩍이긴 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토끼를 따라간 앨리스처럼, 나는 그렇게 영국으로 가는 토끼굴로 뛰어들었다. 토끼굴은 작고 좁으면서도 끝이 없었다. 작은 공간에 끝없이 갇혀 있었지만 동시에 이동하고 있었고, 14시간이 지나 낯설고 기이한 ‘영국’이라는 이상한 나라에 굴러떨어졌다. 영국은 나에게 해리포터의 나라이기 이전에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였다. 전 세계인이 지켜본 올림픽 개막식을 자국의 문화 콘텐츠로 가득 채워 문화 강국의 자부심을 뿜어냈던 나라, 최근에는 브렉시트와 경제불황이라는 말로 더 많이 회자 되는 나라, 그러면서도 문학 선진국을 생각하면 여전히 1, 2위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는 나라, 그것이 내가 영국에 대해 가진 단편적인 인식의 대부분이었다. 영국 연수에서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영국작가 루이스 캐럴의 동화, 1865년)가 직면한 놀라움과 진기함을 보고, 듣고, 체험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낯섦’이었고, 이전에는 본 적 없던 ‘놀라움’이었고, 듣지 못한 ‘새로움’이기도 했다. 직접 보고 체험한 문화는 새로웠고 많은 영감과 배울거리, 생각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놀라움’은 토끼굴 속 나라의 진기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앨리스 자신의 이상한 변화-쪼그라들고, 커지고, 목이 길어지고, 당돌해지고- 때문이었을까? 앨리스의 영국 연수는 앨리스가 체험한 문화 강국 영국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국에 도착한 앨리스가 그 나라에서 겪은 진기한 변신 이야기이기도 하다. 1. 에든버러 북 페스티벌 세계 최초의 문학 도시인 에든버러는 옛 스코틀랜드왕국의 수도답게 문화와 정치, 관광의 중심지였다. 특히 『셜록 홈즈』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 『아이반호』를 쓴 월터 스콧 등 많은 작가를 배출한 도시로 유명하다. 우리가 에든버러 북 페스티벌에 도착한 날은 8월 19일, 비가 오리라는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하늘이 눈부시게 맑은 날이었다. 8월 9일부터 24일까지 16일 동안 진행되는 축제장은 무척 안정되고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본관으로 여겨지는 건물 2층에 오르자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들고 한 줄로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연을 마친 동화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어린이들이 기다리는 것이었다. 동화작가는 밝은 표정으로 어린이들의 이름과 함께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다정한 풍경이었다. 다양한 책과 일러스트와 어린이들의 참여 마당을 둘러본 다음, 관계자 미팅을
작성일 2025-10-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흥흥 - 유종의 미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거마도서관) 유종의 미 거마도서관 흥흥 작가 들어가며 3년 동안 상주작가 사업에 참여하며 감사한 일이 많았다. 덕분에 계속해서 상주작가 사업에 참여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상주작가 사업과 개인작업을 언제까지 병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2025년에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 한 작가가 최대 3년까지만 상주작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내 마지막 3년 차의 상주작가 무대였던 거마도서관이 우수시설로 선정되었다.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수시설로 선정된 것도 모자라 영국 연수의 기회까지 얻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 연수를 통해 상주작가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라는 의미로. 더는 상주작가 사업에 참여할 수 없지만, 지난 3년간 상주작가를 하며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영국 연수로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영국 연수는 그런 경험이 되었다.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사업’을 떠올리면 그림 하나가 떠오른다. 삼각형 그림이다. 이 삼각형의 세 꼭짓점에는 각각 공공시설, 서점, 작가라고 쓰여 있다(여기서 공공시설은 도서관이나 문학관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삼각형의 중앙에는 독자가 있다. 이 연수 후기는 일정 순서와 상관없이 내내 이 삼각형을 떠올리며 썼다. 공공시설 상주작가로 여러 해 근무하면서 점점 더 모집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 프로그램만 기획했다. 상주작가 사업은 참가자들이 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더 많은 혜택이 지역에 돌아가는 것이고, 이것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영국국립도서관에서 만난 Community Engagement Manager인 Jamal Mohamed를 만나면서 깨졌다. 지역주민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18~24세 청년층이 도서관에 더 자주 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 이유에 관해서 물으니, 그 전까지 도서관의 주 방문층은 지식인, 학자 등이었기 때문에 도서관 방문 및 독자층을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18~24세는 수험생이면서 취업 준비생이다. 이 연령층은 책보다 학업이나 자격증에 집중하다 보니, 문학 독서율이나 문학 프로그램의 참여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고백건대 상주작가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개설해봤자 신청자가 없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렇지만 과연 그랬을까. 그리고 그게 과연 중요한 문제였을까. 신청자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신청자가 서너 명뿐이라고 하더라도 18~24세의 학생들과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다면 그 성과는 단순히 보고서 한 줄로 그치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이렇게 인원수에 상관없이
작성일 2025-10-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김병운 - 연수 일지 : 지역, 연계, 참여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가온도서관) 연수 일지 : 지역, 연계, 참여 가온도서관 김병운 작가 런던에서의 일정 가운데 단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국국립도서관(British Library)이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곳인 만큼 규모가 압도적이었고, 자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인쇄물이 납본되는 곳답게 도서, 지도, 악보, 신문, 음반 등 매우 다채로운 형태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다. 상설 전시 를 통해 마그나 카르타 원본, 구텐베르크 성경, 셰익스피어 제1차 희곡집, 제인 오스틴 필사본, 비틀스 자필 가사 등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를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기도 했는데, 소장 가치가 높은 자료도 증명 없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하는 도서관의 정책적 기조가 전시에도 반영되어 있는 듯했다. 일정 관계로 아쉽게 전시는 관람하지 못했으나, 보유 자료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이용자의 접근성을 강화하려는 도서관의 노력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도서관의 기반 시설 역시 이용자의 입장에서 설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층마다 열람 공간을 복도까지 확장해놓은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각각의 구획마다 테이블의 형태가 모두 다른 것 또한 특별하게 다가왔다. 몰입이 필요한 사람부터 토론과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듯했다. 건물의 층고가 높고 개방감 또한 커서 공용 공간임에도 오히려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도서관이 추구하는 공공성과 개별성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했고, 이용자로 하여금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도서관 측의 깊은 고민 또한 느껴졌다. 자료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뿐만 아니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창의적인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도서관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킹 프로그램 역시 뜻깊었다. 네트워킹은 크게 이벤트 기획 파트와 전시 기획 파트로 나뉘어졌는데, 담당자들의 업무 내용과 성과,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내게 크게 와 닿았던 것은 커뮤니티 참여 매니저(Community Engagement Manager)인 자말 모하메드(Jamal Mohamed)의 이야기였다. 그에 따르면 원래 영국국립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은 아니었으며, 8년여 전 이용자 실태 조사 이후 본격적으로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집중적이고 꾸준한 노력 덕분에 실제로 인근 1마일 이내에 사는 주민들의 참여가 늘었다고 한다. 관련 사례로 그가 최근 3년간 진행했다며 소개해준 참여형 프로그램 역시 눈길을 끌었다.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청년들이 도서관의 소장품을 소재로 소셜 미디어에 어울리는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활동이었고, 이를 통해 도서관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소속감과 애정을 높이는 기획이었다. 보다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
작성일 2025-10-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노작홍사용문학관)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노작홍사용문학관 조온윤 “Stories are told eye to eye, mind to mind, and heart to heart.” 이번 영국 국외연수로 방문했던 에든버러의 스코티시 스토리텔링 센터에서 운영 철학으로 삼고 있는 스코틀랜드 격언이다. 연수 나흘째 날에 만난 이 말을 나는 영국에 머무르는 동안 자주 떠올렸다. 한국과 달리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탓에 상대에게 손짓과 표정으로 의사를 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야기가 눈에서 눈으로, 정신에서 정신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믿음만 있다면 영국은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해외를 나가본 경험이 적어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이 짧은 문장 한 줄이 자꾸만 묘한 용기를 불어넣어 주곤 했다. 지난 연수를 회고하며 이 문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 데에는 영국이니 당연하게도 영어로만 진행되는 스토리텔링 센터의 공연을 보고 ‘이야기는 그저 눈에서 눈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라고 스스로 다독여야 했던 때문도 있을 것이다. 공연의 내용을 전부 해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자조적으로 한 말이지만, 자꾸만 강조하게 되는 이 문장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 이날 스토리텔링 공연을 관람하고서 알게 된 건, 그 나라만의 문화에 기반한 유머와 뉘앙스가 담긴 모든 대사를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이야기꾼이 전하려는 이야기의 얼거리를 비롯해 슬픔과 기쁨, 분노와 두려움 따위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그림자극과 애니메이션, 노래와 연주가 어우러졌기 때문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무대에서 구연을 맡는 주연 배우, 그러니까 ‘스토리텔러’가 실감 나는 구연과 감정선으로 이야기 속 등장인물과 상황에 쉽게 이입하게끔 관객들을 끌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관람한 스토리텔링 공연 〈A Wolf Shall Devour the Sun〉은 한두 명의 출연자가 구술로 극을 이끌어가는 공연이었는데, 이런 형식 자체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접해보지 못한 형식이라서 내게는 유독 새롭게 느껴졌다. 여기에 연극배우와는 성격이 분명하게 다른 듯한 스토리텔러라는 역할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찾아본 이날 공연의 스토리텔러는 Dougie Mackay, 노래와 연주는 Jemima Thewes라는 가수이자 작사가였다. Mackay 씨는 바이킹처럼 길고 풍성한 수염을 기르고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있었는데, 마치 이야기를 손에 쥔 공처럼 갖고 놀듯이 그의 읊조리는 짧은 농담에 모두가 웃고, 격앙된 한 마디에 모두가 긴장하며 숨을 죽였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 스토리텔링이 이렇게 멋진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어린이 독자에게 동화책을 소리 내어 들려주는 동화
작성일 2025-10-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거마북이의 모험 : 거마북이, 영국에 가다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거마도서관) 거마북이의 모험 : 거마북이, 영국에 가다 거마도서관 김미경 모험을 시작하며 그림 1 거마도서관의 마스코트 ‘거마북이’ 안녕! 나는 거마도서관을 지키는 마스코트 ‘거마북이’야. 거마도서관이 2024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덕분에, 담당자님을 따라 꿈에 그리던 영국에 다녀오게 되었어.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 특히 잠자리에 든 아이들에게 「피터팬」을 읽어주는 조앤 롤링과, 아이들이 동화 속 악당들로 인해 악몽을 꾸자 하늘에서 우산을 들고 날아와 물리쳐 주는 메리 포핀스로 이어지는 연출이 인상 깊었지. 영국문학과 문화가 가진 힘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 같았어. 그런 영국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올해로 스무 살이지만 도서관에서 책만 읽다 보니 해외에 가보는 건 처음이라 가슴이 두근거렸어. '거마북이의 모험: 거마북이, 영국에 가다'! 직접 보고 느낀 이야기를 들려줄게. 첫 번째 모험. 거마북이, 날다 14시간이 넘는 긴 비행 끝에 드디어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어. 비행은 처음이었지만 씩씩하게 잘 해냈지.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껴본 거북이는 아마 몇 안 될걸! 킹스크로스역 앞 숙소에 짐을 풀고, 먼저 도착한 분들과 만나 드디어 이번 연수 완전체가 될 수 있었어.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며 내일부터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 모두 피곤했지만 설렘 가득한 눈빛이었지. 특히 흥흥 작가님을 만나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흥흥 작가님은 2024년에 거마도서관 상주작가로 활동하며 우리 도서관만의 특색있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진행해 주셨지. 나 ‘거마북이’를 만들어 주신 것도 바로 작가님이셔. 작가님의 재치와 열정은 도서관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어. 지금 돌이켜봐도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반짝거렸지. 물론 그 때는 우리가 8월의 어느 날 저녁, 런던에서 마주 앉아 저녁을 먹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야. 두 번째 모험. 지식의 바다로의 항해 아침에 일어나 TV를 켜니 어린이 채널에서 페파피그와 패딩턴이 나왔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친구들이지. 우리 도서관에서도 자주 보이는 책의 주인공들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런던에서 이렇게 보니 새삼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어. 오늘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영국국립도서관이었어. 영국 대헌장, 마그나 카르타 원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북, 셰익스피어 자필본 등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희귀한 자료들을 포함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지. 지식의 바다를 항해한다는 의미로 거대한 배를 형상화했다는 건물 입구에 들어서니 오픈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 평소에도 얼마나 사랑받는 공간인지 짐작할 수 있었지. 도서관의 위치와 접근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작성일 2025-10-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책과 일상, 문학의 문턱을 낮추다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 우수시설 국외연수 후기(가온도서관) 책과 일상, 문학의 문턱을 낮추다 가온도서관 송은정 2024년 문학기반시설 상주작가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주기적으로 상주작가님에게 했던 말이 있다. “저희 일등하는 거 아니에요? 저희가 이번에 해외연수 갈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김병운 상주작가님은 “선생님, 김칫국 금지예요.”라는 답을 돌려주시곤 했다. 그리고 2025년 4월, 가온도서관이 최우수 시설로 선정되었다는 결과발표를 보고 연락을 드렸다. “제 말이 맞죠! 짐 쌀 준비하세요.” 그렇게 도착한 영국에서 마주한 것은 책이 대중 안으로 스며들고,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광경이었다. 막연히 한국의 작가 생가와 같은 관광지의 형태, 대출·반납 위주의 도서관 형태가 주가 될 거라 예상했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풍경은 전혀 달랐다. 어느 곳 하나 사유화된 곳이 없었다. 누구나 제한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소박하고 편안한 장소들, 그리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참여’의 요소들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영국의 문학 현장은 기념이나 보존, 보관의 장소가 아니라, 접근과 참여의 장소라고 부르는 것이 걸맞았다. 2연수 일정 중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았던 것은 영국문화원 문학 담당 관계자와의 미팅 중의 말이었다. “번역이라는 언어적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문학은 종이와 펜 그리고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든지 퍼져나갈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오케스트라나 공연처럼 큰 장비나 무대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문학은 더 보편적이고 확산 가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영국 국외연수 일정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도서관 사서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책이 일상에 스며드는지’ 영국의 문학 향유 방식을 나름대로 따라가는데 있어서의 길잡이가 되기도 하였다. 영국 국립도서관 The British Library 영국 국립도서관에서 받은 주요한 인상은 보존과 개방의 공존이었다. 사실 어느 도서관이 이 두 가지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냐마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영국 국립도서관의 노력이 더 와닿았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 희귀·고자료 중심의 폐쇄적 운영에서 벗어나 누구나 패스를 발급받아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체계로의 전환, 그리고 수장고 자료의 신속한 제공(신청하는 모두에게)과 디지털 제공을 병행해 이용의 시공간적 제약을 낮춘 점이 인상 깊었다. 생활권 단위의 원 마일 커뮤니티 구축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사업을 운영하면서 도서관을 ‘연구자를 위한 장소’에서 ‘지역 커뮤니티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들도 돋보였다. 국립 단위의 도서관이 원 마일 커뮤니티를 중점 사업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국립도서관이지만 여전히 지역에 존재하는 모두를 위한 개방
작성일 2025-10-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카페라떼 - 시를 품은 도시, 광주
[문장서포터즈] 시를 품은 도시, 광주 -제34회 용아 박용철 백일장 르포 문장서포터즈 2기 이시우 1. 초여름, 시의 정원에 들어서다 2025년 6월 21일, 나는 광주 소촌아트팩토리에 도착했다. 소촌아트팩토리는 광주 송정역 근처에 위치한 곳으로, 과거 농공단지의 관리사무실과 민방위대피소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 전시실과 도서실 등으로 개조한 공간이었다. 하얀색 컨테이너 철제 기둥과 유리천장이 혼재되어 있는 곳. 쌀과 무기가 쌓여 있던 공간이 지금은 광주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거점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날은 제34회 용아 박용철 전국 백일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주제는 ‘초여름 시의 정원’. 이름부터가 한 편의 시 같았다. 문학제는 백일장과 문학 전시, 기념식, 문화 공연, 미디어아트 개막까지 다채롭게 이어졌다. 문학의 도시, 광주의 한편이 조용히 들썩이는 날이었다. 이번 백일장이 특별한 이유는 추계예술대학교 특기자 전형 인정 대회이기 때문이다. 백일장 수상 실적만으로 수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는 특기자 전형은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인데(이제 단 2곳–중앙대학교와 추계예대 문예창작과만이 남았다), 추계예대는 중앙대에 비해 비교적 많은 백일장들을 인정해 주고 있다. 문예창작과 진학을 목표로 하는 고등학생들이 많은 만큼, 이번 백일장은 또 다른 입시의 관문이기도 했다. 2. 백일장의 풍경, 고요한 전쟁 문학제와 동시에 진행된 이번 백일장은 시화전 등 다른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즐기지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우선 날씨 문제. 계속되는 비로 인해 참여자들은 소촌아트팩토리의 다른 공간들을 둘러보기 힘들었다. 야외에 덩그러니 주차되어 있던 푸드트럭, 그 슬러시 간판 옆에 서 있던 사장님의 표정만이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시간 배분의 문제도 있었다. 보통의 백일장은 오전에 이루어지고, 오후에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과 시 낭송 등이 진행되는데, 용아 박용철 백일장의 경우 오후에 시제가 발표되었다. 참가자들은 자기 글만 쓴 뒤, 각자의 우산을 펼친 채 말없이 자리를 떴다. 그래도 백일장은 백일장이었다. 초등부부터 일반부까지, 운문과 산문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나는 고등부 참가자로 광산구지역경제활력센터 건물 안을 배회했다. 지하 1층부터 민방위 교육장까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학생들이 가득했다. 고요한 전쟁 같은 분위기였다. 펜 끝은 바삐 움직였지만, 모두 말이 없었다. 시제는 “약속”과 “그림자”.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단어를 곱씹었다.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쓰려니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여백이 두려웠다. 이상하게도 어떤 이야기를 써야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잡을 수 있을까, 어떤 글을 써야 ‘3등 이상의 상’을 받을 수 있을까, 자꾸 그런 생각들만 떠올랐다. 3.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까요?&r
작성일 2025-09-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김이성 - 문학이 있는 곳: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문장서포터즈] 문학이 있는 곳: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 첫 번째 편지 문장서포터즈 2기 김이성 1.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네요. 여름의 복판을 통과하면서 여러분들은 어떤 시간들을 보내셨나요? 저는 올여름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어요. 이번 도서전 주제는 ‘믿을 구석’이었는데요(그러고 보니 여러분들의 믿을 구석은 무엇일지도 궁금하네요). 운이 좋게도 저에게는 믿을 구석이 여러 개 있죠. 그중 하나가 바로 ‘문학’인데요.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문학은 한 번도 저에게 상처 주지 않았죠. 상처 주는 건··‧ 굳이 떠올릴 필요가 있을까요?ㅎㅎ 아무튼 그래서인지 도서전에서 문학책이 유독 많은 사랑을 받는 걸 보고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저는 문학이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어도 한 사람의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는 있다고 믿거든요. 때문에 항상 더 많은 사람이 문학을 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죠. 그런데 도서전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나는 ’문학‘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문학이 있는 곳‘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문학이 있는 곳’이란 때에 따라 사람이기도 하고, 장소이기도 하고, 시간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여러분들에게 문학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오늘은 제가 알고 있는 ‘문학이 있는 곳’ 하나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문학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면서 문학을 매개로 시민들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문학적 ‘시간’과 자산이 축적되어 있는 아주 특별한 곳이죠. 바로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노작홍사용문학관’이에요. 도서전에 다녀와서 느낀 게 있다면 시대와 세대가 변모해 갈수록 문학의 쓰임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이곳 ‘노작홍사용문학관’은 문학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문학의 쓰임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상주작가지원사업’ 우수 시설로 선정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지혜학교’ 시범 사업에 선정되는 등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 진흥을 이끌어 가고 있는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함께 문학과 문학의 다양한 쓰임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요? 2. 저는 2025년 여름, 장마가 시작될 무렵 ‘노작홍사용문학관’에 다녀왔어요.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문학관 2층에 위치한 ‘기획전시실’에서 최두석 시인의 시(詩)사진전 〈꽃에게 길을 묻다〉가 한창 진행 중이었죠.
작성일 2025-09-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 -
모색 김수현 - 사랑하며, 자유롭게
[문장서포터즈] 사랑하며, 자유롭게 -광주 책방 ‘러브앤프리’를 다시 다녀오며 문장서포터즈 2기 수현 여름이 다가왔다. 더위에 지쳐 밤새 뒤척이는 날이 늘어나고, 손 선풍기와 양산 없이 거리를 걷기 무서워지는 시기. 우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여름을 보낸다. 음악 차트 속에서 더위를 식혀줄 청량감 넘치는 노래를 찾아보기도 하고, 냉장고에 넣어 둔 수박을 꺼내 잘라 먹기도 하고, 서늘한 공기가 가득한 카페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다 한때 사랑했던 이의 계정을 몰래 들여다보기도 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시간을 보내는 여러 가지 가능성에서 한 해 중 가장 뜨거운 시기를 지나는 각자만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가장 먼저 갤러리를 정리한다. 그러나 무언갈 비우겠다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본 처음과 달리,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무엇도 지우지 못한 적이 허다하다. 내게 갤러리는 사랑하는 책들로 빼곡하게 채운 책장과 같았다. 몇 년이 지나고도 곱씹게 되는 소설 『조이』 속 문장. 스무 살이 된 이후 나와 네 번의 여름을 함께 맞이했던 테일러 스위프트의 〈Daylight〉 가사. 그렇게 올해에도 지나간 여름의 흔적을 들여다보던 중, 나는 우연히 한 책방에 방문한 기록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무 살이 되는 해, 사랑하는 것을 쫓아가겠다는 다짐으로 광주에 왔다. 나는 문학이 좋았던 막연하고도 순수한 마음만으로 소설을 공부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양림동을 걷다 발견하게 된 첫 책방이 ‘러브앤프리’였다. 책방 앞에 멈춰 서게 된 건 이름 때문이었다. 사랑과 자유. 내가 문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 역시 그 두 단어와 같았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내게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끈끈한 취향 공동체를 끊임없이 찾고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기를 반복하곤 했는데, 그마저도 지치는 순간이 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종종 책방을 찾았다. 신기하게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가장 깊은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지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연한 방문으로 특별한 기억을 선물해 준 곳. 혹시 나와 같이 취향 공동체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 러브앤프리를 소개하기 위해 나는 다시 광주를 찾았다. 가장 먼저 책방 안을 들어서자 ‘사랑하며 자유롭게’라는 문구가 적힌 벽면이 보였다. 그 아래에는 책갈피와 인덱스 등 독서 용품을 위한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상품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양쪽 벽을 따라 책이 진열되어 있다. 각 도서 위에는 추천 이유, 책을 읽은 소감과 같은 간략한 메모가 붙어 있었는데, 책방지기의 사소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 같아 ‘러브앤프리’라는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작성일 2025-09-01 작성자 관리자 댓글수 0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