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10대 감성쟁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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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물에 안겨 울었다
따뜻한 물줄기 들이붓는 샤워기 밑에하얀 연기가 자욱한 저 뿌연 거울은한 남자의 검은색만 흐릿하게 비추고다채롭던 색깔은 연기 속에 덥힌다졸졸 흐르는 물이 정수리에 닿고서물소리 듣던 귀로살며시 뜨던 눈으로살살 숨 쉬던 코로줄줄 흘러 들어가고머릿속 꽁꽁 얼었던 생각들을물로 가득히 메워 녹인다마침내 물을 끄고 거울 속에다시 선명한 내가 다가오면수건으로 물을 닦아내고이내 까마득히 잊고서일상으로 돌아간다
작성일 2025-10-03 작성자 이도화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2상세보기 -
시 소년의 두려움
소년은 이제 어둠이 두렵지 않다 ㅡ그럴 여유가 없기에.어둠이 두려워방문을 조금 열고 자던 소년은이제 방문을 닫고 잔다.그 무엇보다 두려워진세상이라는 존재로부터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서.
작성일 2025-10-03 작성자 크레용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4상세보기 -
시 얼룩
희고 울퉁불퉁한 판 위에 검고 진한 액체가 스미다얼룩이 남다검고 진한 액체가 묻은 막대를들고 웃다얼룩의 모양을 진단하다얼룩의 배열을 지적하다얼룩의 재배치에 울고 웃다
작성일 2025-10-02 작성자 아이오딘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3상세보기 -
시 나비
우리는 왜이리 아픈걸까.청춘이라는 찬란한 시기에 너무 아픈 걸 보니우린 아직 번데기 속에 갇힌 나비인가보다.아직 너무 어린 청춘들아,젊은 날 바라본 만개된 꽃들을 잊지말렴.언제간 우리가 도달할 곳이니.
작성일 2025-10-02 작성자 소월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4상세보기 -
시 열등감
우주에 도달한 달은많은 생명을 품은 아름다운 지구을 봤다.당신이 되고 싶어서당신을 닮고 싶어서당신을 갖고 싶어서지구 곁을 맴도는 달은 결코 지구에게 닿을 수 없다.
작성일 2025-10-02 작성자 소월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9상세보기 -
시 못 본 척
더러운 것을 줍지 않으려 모른 체하고, 못 본 척하고. 그러다가 귀한 보석을 못 본 체하여그렇게 지나치고.
작성일 2025-10-02 작성자 sheol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4상세보기 -
시 푸른 불꽃 놀이
푸른 불꽃 놀이너무도 타올랐던 탓일까.너무도 우울했던 탓일까.그 푸른 불꽃이 수놓았던 하늘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너와 보겠다고.너와 보고 싶다고 다짐했던 그 푸르름은 자기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그저 나 한사람만을겨우겨우 비춰줄뿐.푸르름의 두가지 의미.맑은 하늘의 청춘,우울함.너와의 추억은 첫번째 의미로, 너에게 남은 나의 뒷모습은 두번째 의미로. 그렇게 기억된걸, 그렇게 기억될 것 이라는걸 알고 있음에도나는 나의 머리를 붙잡고 있는 힘껏 쓸어내리며, 내 머릿속 푸르름을 애써 감추었다.너가 나를 아무리 나쁘게 기억한다고 해도,너가 나를 기억해주니까.하늘에서 푸르름의 불꽃이 터져나올때면,나의 얼굴이 좋든 싫든 한번은 생각날테니까.그때 그날 처럼, 여름의 끝이 오는 날이면-푸르름은 너무도 차가운 송곳이 되어서 나의 가슴을 찌르고 나의 허울뿐인 가슴에서는 너를 향한 그리움만이 쏟아질 것이니까.나는 푸른 불꽃 놀이 처럼 내 가슴을 불태워서 상처를 메우고너를 향한 푸른 눈물만을 흘려야겠다.
작성일 2025-10-02 작성자 37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2상세보기 -
시 녹지 못하는 얼음
너란 온기를 만나우리의 결정체가 생기던 날비로소 하나가 될 줄 알았다너란 봄을 만나서로에게 온기를 아겨줬던 날내 세상은 너 하나 뿐이였기에그런 너가 벗꽃잎 사이로 사라지니온기를 건네는 이가 사라져내 몸은 추위에 휩쓸렸다너를 만나너를잃어녹지 못한 채얼어갈 뿐이다
작성일 2025-10-02 작성자 잊혀진 writer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1상세보기 -
시 시간의 공사
역전에는 분식집이 3개 있고, 편의점이 하나, 햄버거집이 또 하나모여드는 사람은 여럿, 흩어지는 사람 여럿그렇게, 여러 이들과의 작별은 여행지가 지닌 숙명일까 이곳을 지나는 열차는 양방향이고 가끔씩단방향보다 잔인할 때가 있다. 돌아온 이들은 가끔씩자신을 잊은 여행지에게 실망한다. 이따금씩여행지는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언젠가의 국밥집은 사라졌고, 언젠가의 만두가게도 사라졌고그때의 온기마저 이제는 내부를 향하게 됐는데등진 서로는 더 이상 바라볼 수도 없게 됐다.잔인한 시간의 공사.재건된 것들을 우리가 기억했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작성일 2025-10-02 작성자 구포대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27상세보기 -
시 키우는 사람
게임 속에는 내가 지은 나라가 있다. 내가 받은 땅 중에 제일 작고, 제일 넓은 규모의 땅을 선물 받았다 내 나라에서 시민들이 만든 작물은, 내가 팔 수 있고. 시민들을 위해서만 쓸 수 있다 이건 게임이야, 게임 머니는 네가 현실에서 물건을 살 수 없어 {집세도 낼 수 없고,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없어} 나는 선물 받은 땅이 좁고, 점점 넓어져서 잠시 눈꺼풀을 닫았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내 나라를 키우는 관리비가 늘어났고, 나는 관리해야 할 관리인을 돌보지 못했다. 앞이 닫힌다 어릴 때, 주말농장을 했었다. 토요일, 일요일만 개방. 우리 집은 고구마를 키웠고, 토마토를 길렀다 흙 안으로 자라나는 고구마, 하늘 쪽으로 길어지는 토마토의 줄기 잘 자라고 있었는데 내가 그들을 수확할 때, 토마토 껍질에 상처가 났고, 고구마 순만 잘려 나왔다 조금만 더 크면, 잘 자를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이 일주일이 끝나갈 때면, 햇빛을 먹는 작물들과 함께 생각 속에서 익어갔지만 늘 자라나면서, 상처가 난 것은 흙 안에 잠긴 씨앗, 씨앗을 뿌린 우리뿐 눈을 감고, 모두를 망가트린다고 해서 나는. 두더지라 불렸고, 두더지처럼 시력이 좋지 않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땅을 파야 하나? 매일, 타임캡슐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 눈이 좋지 않아, 눈만 쌓여있는 텃밭만 보였다. 토마토의 제철은 여름인데. 설탕 뿌린 토마토. 수분을 많이 먹은 군고구마 같은 것들만, 내 손을 지나갔다 밭을 걸어가면서 이 땅에는 아무것도 없겠지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이번 주말에도 내가 만들었던 나라의 국민은 좁은 땅을 또 갈아없겠지 내가 보는 것은 눈가에 퍼진 그림자 뿐 게임 속에서 하루를 정비하는 사람들이 내 손에 눌린다 오늘 만들어야 하는 건물들도 이제 걷어야 할 세금들도 하나씩 부서지는 중 두더지는 아무 잘못 없어, 그냥 땅을 판 거야 집을 만들라면, 게임을 틀어야 했다 눈이 내 땅으로 서서히 들어오니까 나는 내 앞에 쓰러져 있는 한 시민을 눌러야 했다 지우기 버튼 누르듯 땅 안을 휘저었다 갈아엎는다. 스스로, 어둠을 갉았다 주말농장은 이제 문을 닫았겠지? *플레이 스토어 안에 내가 만든 나라는 안 보인다 사람이 게임과 함께 없어졌다 우리 집 밖에 있는 밭을 보았다 며칠 전 수확된 고구마밭에 버려진 고구마 순이 땅으로 다시 돌아갔고 우리 집에서 길렀던, 토마토는 다시 햇빛을 모으기 시작했다 두더지가 두더지가 만든 하루를 뒤집고 단단한 땅 한 평을 오늘도 내게 선물했다 생각한 것보다 작은 생각한 것보다 커진 나의 나라를 현실로 옮겨왔다 *플레이 스토어- 게임을 까는 어플
작성일 2025-10-02 작성자 송희찬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45상세보기 -
시 전시회
조명 아래모든 것이 드러난다차단봉 위 얕은 먼지마저자신을 알리고바닥에 부딪히는 신발은사방을 그의 소리로 채운다모두가 선명했기에모두는 옅어져 갔다어둠 속적어도 자신은 알던 이는어둠을 잃고 모두를 잊었다
작성일 2025-10-02 작성자 현17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1상세보기 -
시 불가능한 것을 탐하다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바쁜 삶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올려다본 하늘에는 자유로운 새가올려다본 하늘에는 떠다니는 구름이올려다본 하늘에는 떨어지는 나뭇잎이 보입니다.인파에 쓸리는 나는시간에 쫓기는 나는꾸역꾸역 살아가는 나는새의 자유를구름의 여유를나뭇잎의 죽음을감히 부러워합니다.감히 탐내어 봅니다.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감히 그것들을 탐내봅니다.
작성일 2025-10-02 작성자 유선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49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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